[D+5] 살이 쪄도 담배는 싫다

2025. 11. 20. 22:04🚭금연 일기

연말이 다가오고 있어서일까, 금연을 시도하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내 주변에는 끊을 사람들은 진작에 끊고 정말 강성의 해비스모커들만 몇 남았는데, 1월부터 끊겠다는 사람이 오늘만 두 명 있었다. 1월부터가 아니라 지금 당장 시작하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들은 또 그들 나름의 계획과 스케줄이 있으려니, 하고 말을 아꼈다. 그들 눈에는 내가 신기해 보인다는 말을 들었다. 한몇 달 참았다가 다시 피우고, 또 몇 주 안 피우다가 또 피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흡연 욕구를 조절 또는 절제할 수 있는 줄 알았단다. 그런 게 어딨 냐고, 끊고 싶어서 참았다가 실패하고, 무너지고, 다시 시도하고를 반복하는 중이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금연이 지금 5일 차를 넘기고 있다고. 이번엔 정말 꼭 성공해야지. 이런 꼴이 좀 우스워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끊겠다고 하고 딱 한 방에 끊어내고 다시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게 내 로망이었는데. 구접스럽지만, 그래도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 거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힘차게 금연을 이어갔다. 감기로 며칠 따끔거리던 목도 많이 좋아졌고, 신경 쓰일만한 금단 증상은 크게 없다. 전반적으로 무기력한 상태가 오래가고, 커피를 좀 진하게 마셔서 그런가 카페인 때문인지 머리가 좀 어지러운 것 빼고는 괜찮았다.

열심히 운동하면서 70kg 언더를 유지했었는데 흡연 때문이었다니

 

 

어제는 씻고 나와서 체중을 쟀는데, 4일 만에 2.3kg이 늘어서 깜짝 놀랐다. 특별히 많이 먹은 것도 없고, 운동을 안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검색을 해봤다. 금연 후 체중 증가에 대한 수많은 정보가 있었다. 대체로 금연 이후 기초대사율이 떨어져 체중이 늘어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식욕이 늘어 평소보다 자기도 모르게 먹는 양이 늘었을 수 있고, 입이 심심하다고 캔디니 초콜릿이니 먹다 보면 살이 찔 수 있다는 얘기였다. 내 경우에는 먹는 게 늘었을 것 같지는 않고, 기초대사율 감소가 의심된다. 정확하게는 감소가 아니라 정상 상태로 회복한 거라고 볼 수 있다. 내 기초대사능력이 원래 이 수준이었는데, 담배를 피울 때 니코틴이 교감신경을 자극하고 기초대사율을 높여 에너지를 많이 소비했던 거라고 한다. 그러니까 살이 쪘다기보다는, 정상 체중으로 돌아갔다고 봐야 하는 건가. 금연으로 체중이 다소 늘어도 흡연하는 것보다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눈에 들어오지만, 그래도 적정체중 범위를 넘기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겠다.

 

이제 겨우 5일이 지났을 뿐이지만- 담배를 피우던 때가 좋은지 지금이 좋은지 비교해보면, 역시나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내가 훨씬 좋다. 이 기분을 기억하자. 

 

끝.

 

*

금연 5일 차 성공.

금단증상 : 어지러움, 두통, 무기력함

갈망 : 오후 시간 약한 강도로 1~2회

대응 : 스트레칭, 물 마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