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7] 일주일 고비를 넘기다

2025. 11. 22. 22:17🚭금연 일기

 

산책길, 가을 색이 예뻐서 사진에 담았다

 

지난 금요일에 금연 결심을 하고 나서, 토요일 오후 무렵까지 담배를 피웠고, 저녁 8시쯤 지나서 남은 담배를 모두 버렸었다. 오늘로 꼬박 일주일이 지난 셈이다. 첫날, 3일, 7일, 한 달, 3개월, 6개월, 그리고 1년. 평생 금연으로 가기 위한 마일스톤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상하게 저 시기가 되면 위기가 한 번씩 찾아왔기 때문이다. 반대로 저 순간들을 잘 넘긴다면 금연의 지속가능성, 장기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첫날은 아무래도 처음이니까 가장 힘든 하루고, 3일은 작심삼일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7일. 한 주를 꼬박 완벽하게 금연을 유지했다는 안도와 성취에 고무되어 약간 마음이 해이해질 수 있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괜히 오늘 담배 생각이 나더라. 스트레스를 받는다거나 그런 상황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었다. 니코틴에 길들여진 뇌가 마지막으로 발악을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강한 한 방이 훅 다가왔다. 멍하니 혼자 있는 시간은 아무래도 위험하다. 책을 읽어도 집중할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 날씨가 화창하니 좋아서 달리기를 하러 밖으로 나갔다. 지칠 때까지 달릴 생각으로 쉬지 않고 계속 달렸다. 12~13km쯤 달렸더니, 어느샌가 갈망이 사라져 있었다.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나 자신이 뿌듯했다. 달리기를 마치고 긴 시간 사우나에서 몸을 지졌다.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 아주 개운하고 상쾌했다. 내가 다니는 사우나에는 흡연실이 있어서, 목욕 중간에 담배를 하나씩 피우곤 했었는데, 오늘은 그쪽으로 눈길도 주지 않았다. 곳곳에 유혹이 도사리고 있다. 

 

집에 돌아와 쉬면서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봤다. 원작 소설,《액스》를 너무 재밌게 읽어서 영화도 기대했는데, 좀 실망스러웠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아무래도 내 취향이 아닌 것 같다. <올드보이>까지는 정말 좋았는데.

영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어쩔수가없다>에서도 주인공 이병헌이 흡연하는 장면이 몇 차례 나온다. 정말이지 곳곳에 유혹이 도사리고 있다. 영화에서 담배 피우는 장면은 대부분 멋있게 표현된다. 흡연을 미화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런 말을 하는 건, 금연 중의 심술 같은 거다. 뭐든 다 삐딱하게 바라보게 된다. 

 

이러나저러나.

숱한 유혹과 흡연 욕구를 자극하는 각종 뇌 호르몬들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오늘 하루도 잘 참으며 이겨냈다. 

 

끝.

 

 

*

금연 7일 차 성공.

금단증상 : 집중력 저하, 약한 두통

갈망 : 점심 무렵 강하게 2회 이상

대응 : 달리기, 사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