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19. 22:56ㆍ🚭금연 일기
4일 차. 96시간 금연을 유지하고 있다. 100시간 정도만 넘기면 그다음부터는 훨씬 안정적으로 금연을 유지할 수 있다. 금단 증상도 현저히 줄어들고, 흡연 갈망도 거의 생기지 않는다. 이 시점부터 정말 조심해야 하는 건, 한 개비의 유혹이다.
'이 정도 참았으니까 한 대 정도 피우고 다시 안피울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이 감정 상태로는 하나 피워줘야 해.' 이런 보상심리, 또는 흡연에 대해 합리화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다. 바로 이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설사 이런 생각이 들어도 금연을 결심하던 초심을 떠올리며 부정적인 생각들을 물리쳐야 하는데, 내 경우에는 그러지 못한 순간들이 많았다. 내 마음에서 들리는 유혹의 소리에 귀를 팔랑거리며 너무 쉽게 동조하곤 했었다. 그런 위기의 순간들을 잘 넘길 수 있어야 이번 금연에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하자.
막상 담배를 피우면, 남는 건 후회와 자책, 스스로에 대한 불신과 패배감 뿐, 기대했던 만족감이나 쾌감은 거의 없다. 차분하게 충동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나한테 가장 도움이 되었던 건, 심호흡이다. 일단 충동이 생기면 심호흡을 한다. 들숨, 날숨을 느끼며 아무 생각도 안 하고 호흡에만 집중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잡생각이 나지 않을 때까지 들고 나는 호흡에만 신경 쓰다 보면 어느새 충동은 사라지고 없다.
뭔가 대단하고 특별한 호흡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배가 빵빵해질 때까지 코로 최대한 숨을 들이 마시고, 몇 초간 숨을 참았다가 입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숨을 내쉬는 거다. 마음 챙김 명상까지는 아니지만, 이렇게 천천히 심호흡을 하게 되면, 심박수도 안정적으로 바뀌고 마음도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는 5년 째, 매일 아침 5분간, 심호흡 루틴을 지키고 있다.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회복시켜 주고, 뭐 이런저런 효능이 있다고는 하는 데, 그런 건 크게 와닿지 않지만, 적어도 잠을 깨우면서 정신을 차리고 차분하게 하루를 시작하게 해주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되고 있다. 어려운 일 아니니까, 숨은 늘 쉬고 살아야 하니까, 다들 한 번씩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강력 추천.
오늘 밤 푹 자고 나면 비흡연자로 가기 위한 첫 관문, 첫 100시간을 무사히 지나게 된다. 100시간까지 오는 데도 많은 실패와 좌절과 새로운 각오와 인내가 꽤나 필요했다. 다행인 건,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달성 가능한 목표라는 점이다. 뭔가 해야 할 필요가 없다. 그저 안 피우면 되는 일. 진득하게 가보자.
끝.
*
금연 4일 차 성공.
금단증상 : 잔기침, 가래 배출
갈망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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