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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7] 찬 바람은 담배를 부른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가 아닌가 싶다. 오늘도 이렇게 추운데, 내일은 영하 8도의 강추위를 예보하고 있다. 점심때 약속이 있어서 한 십 여분을 걸어야 했는데, 와. 거짓말 안 하고 눈물이 찔끔 나왔다. 매서운 바람 앞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무력하게, 얼굴을 강타하는 바람을 맞아가며 속으로 욕을 삼켰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도 예외 없었다. 그래도 뜨끈한 육개장 국물에 속이 든든해서일까, 손에 든 커피의 온기 덕분일까. 더 이상 눈물이 흐르진 않았다. 하지만, 찬 바람을 맞으며 근래에 없었던 강력한 흡연 욕구가 솟아남을 느꼈다. 마음을 다스려야 했다. 그동안 숱하게 금연에 실패했던 지점, 바로 그 근처까지 아주 가깝게 다가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 발짝만 내밀면 모래..
2025.12.02 -
[2025년 11월] 독서 결산
01. 『대온실 수리 보고서』가 가장 좋았다. 김금희 작가의 책은 처음이었는데, 구성과 서사가 너무 좋았다. 한 달음에 읽어 내려갈 만큼 흡입력이 있는 소설이다. 제목만 봤을 때는 안 끌렸는데, 팟캐스트 에서 추천받아 읽게 되었다. 김금희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져, 『첫 여름, 완주』를 도서관에 대출 예약을 해두었다. 1월쯤 볼 수 있겠지. 02. 『AGI, 천사인가 악마인가』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님이 유튜브 알고리즘에 많이 보여서 책을 찾아 읽었다. 범용 인공지능의 등장의 명과 암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과 AI산업계의 분위기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어떤 장르일지 모르지만, 영화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질 날이 머지않았음을 실감하고, 저자의 조언대로 부랴부랴 AI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서비스들을 이..
2025.12.02 -
[D+16] 12월이다
12월의 첫째 날이다. 금연 16일 차지만 2개월 차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매월 첫째 날은 아무래도 의욕이 충만하기 마련인데, 12월은 한 해의 마지막 달이다 보니 시작의 설렘보다는 마무리의 느낌이 강한 것 같다. 2025년을 잘 정리하고, 2026년을 잘 계획해야 할 것 같은 달이다. 많은 흡연자들이 신년 계획으로 금연을 꼽고 있을 텐데, 1월 1일이면 난 이미 47일 차로 저만치 앞서있는 여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월요일 계속되는 회의와 업무 스트레스 탓일까, 출근 전 아내와의 사소한 언쟁 때문일까. 아주 잠깐 담배 생각이 스쳐지나간 것 같고, 약한 불안감이 오후에 있었다. 무엇에 대한 불안인지 원인을 찾지 못해 금단 증상이겠거니, 하고 말았다. 물론, 나는 이런 상황에 대한 대비가 되..
2025.12.01 -
[D+15] 나에게 달려있다
당신이 지금 처한 환경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인생은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 당신이 원하는 것과 그것을 얻기 위해 당신이 해야 할일을 연결하고, 실행할 용기를 내는 것은 당신에게 달려있다. - 《원칙》, 레이 달리오그렇다. 레이 달리오가 그랬다.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진다면, 성공하고 행복해질 확률이 더 높다고. 내가 왜 금연을 결정했을까 생각해봤다. 무엇보다 건강하고 싶어서다. 담배를 피울 수록 건강함과 멀어지고 있음을, 피부로, 가슴으로 느꼈다. 그럼 왜 건강하고 싶을까? 내가 건강하지 못해서 겪는 고통도 물론 싫지만, 내가 건강하지 않아서 내 주변 사람들이 겪게될 고통과 아픔이 더 싫었다. 내가 건강을 유지하지 못해 가까운 사람들, ..
2025.11.30 -
[D+14] 가족들이 힘이 된다
담배를 피우던 때에도 가족들 앞에서 흡연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담배를 피우는 것을 숨기지는 않았지만, 아내가 담배연기를 싫어해 결혼 전에도 앞에서 대놓고 피운 적은 없었다. 함께 사는 동안에도 수도 없이 담배를 끊었다 피웠다하니까, 어쩌다 담배 냄새가 심하게 나면 아직도 피워? 하고 한마디 할 뿐이다. 담배를 끊었는데 스트레스 받을 때 어쩌다 한 번씩 피운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굳이 잔소리하지 않아도 알아서 끊겠거니 하는 믿음이 있는걸까. 결과적으로 지금 금연중이니까, 아내의 무심한 지지와 응원이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해도 괜찮을것 같다. 오늘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어제도 썼지만, 나는 혼자 있을 때가 취약한 사람이다.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니까 더더욱 담배 생각은 없었다..
2025.11.29 -
[D+13] 준비가 있으면 근심이 없다
유비무환이라고 했다. 준비가 잘 되어있어서, 오늘도 아무 근심, 걱정, 스트레스 없이 무탈하게 금연에 성공했다. 이렇게 하루하루 쌓인 성공의 경험들이 평생 금연으로 가는 길을 밝혀주겠지. 어떤 타이밍에 흡연 욕구가 강하게 일어나는지, 내가 취약한 타이밍은 언제인지를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가장 쉽게 유혹에 빠지는 상황은 심신이 힘들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아니었다. 아무 일정 없이 혼자 있는 주말, 말 그대로 "한가한 때"가 나에게는 담배의 유혹에 가장 쉽게 노출되는 환경이었다. 그래서 되도록 한가하지 않게 지내려고 애쓴다. 일부러 주변을 정리하고, 청소를 하고, 뭐라도 노트에 써본다. 보고 싶은 책이나 유튜브 영상들도 넉넉하게 준비해두는 편이다.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거다. 이동을 위해 길을 걸을 ..
2025.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