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y] 금연은 첫 하루가 가장 힘들다

2025. 11. 15. 18:52🚭금연 일기

어제 금연 결심을 하고, 채 24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담배의 유혹에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어제의 각오가 무색하게도, 정말 허무하게 스스럼 없이 편의점에서 담배를 샀다. 잠깐의 망설임 끝에 자기 합리화를 시전하며 담배를 물었다. 과연 난 금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어떤 변명도 필요없다. 그냥 진거다. 흡연에 대한 갈망은 예상보다 강렬했고, 나의 다짐은 파도 앞 모래성 마냥 스르륵 무너져 내렸다. 어제 쓴 글을 수정할까 했지만, 그냥 두기로 했다. 이 기록의 원칙은 진정성으로 정했으니까. 누가 본다고. 이건 공개된 글이지만, 나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인거다. 남을 속이는 것보다 자신을 속이는 것이 나에겐 더 어려운 일이다. 이 자괴감과 부끄러움과 겸연쩍음을 직면하기로 했다. 그래도 참, 한심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왜 이모양인거야, 정말.

 

이 역시도 금연 성공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자. 오늘의 실패를 통해 흡연에 대한 갈망이 커지는 상황을 하나 더 발견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자,는건 사실 개소리고. 실패도 어지간해야지. 복잡한 심경이다. 끊고 싶지만 끊어지지 않는다. 계속 시도할 뿐이다. 누구한테 하소연도 못하겠다. 사흘, 일주일, 한 달, 이렇게 금연을 이어가며 나의 진정성을 스스로 증명해야하는 데, 양치기 소년이 되어버린지 이미 오래다. 

 

사실, 갈망의 크기에 비해 만족도는 거의 없었다. 담배에 중독되는 이유는 니코틴 때문이다. 내 머릿속 과다해진 니코틴 수용체를 만족시키고, 도파민 분비를 통해 쾌락을 느끼려는 욕구일 뿐이다.

금연 후 일정 시간이 지나고 몸 속에 니코틴이 모두 빠져나가면 그에 비례해서 갈망도 점점 줄어든다는 걸 안다. 혹자는 담배는 평생 참는거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평생을 이렇게 고통스럽게 참아야만 하는거라면 금연에 성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몸 속 니코틴이 배출되고, 니코틴 수용체의 양이 정상화 되면 갈망은 자연스레 줄어든다.

 

시간과의 싸움이다. 시간이 흐를 수록 내가 유리해지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몇 일의 시간을 참아내는 게 참 쉽지 않다. 내 경험으로는 100시간 정도다. 금연 후 나흘이 지나면 흡연 욕구가 눈에 띄게 감소한다. 그 다음부터는 금연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얘기다. 지난 금연 과정에 비추어보면, 나흘을 넘겼을 때 1개월 이상 금연을 유지할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나흘 이상의 연휴기간 또는 휴가기간을 통해 금연을 시작하곤 했었다.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나흘을 참아내면 닷새 째 부터는 한결 수월했으니까.

 

따라서 굳이 오늘의 실패 원인을 꼽자면, 토요일 아침 교통체증을 동반한 주말 출근길에서 오는 스트레스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이지 않은 일정이 예정된, 오늘의 특수성을 간과했다. 그래봤자 변명과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 나도 안다.  

 

내일은 별다른 일정이 없는, 평범한 일요일이다. 집 안에서 칩거하며 평화롭게, 묵묵하게, 포기하지 않고 금연을 시도하겠다는 다짐으로 난 다시 한 번 내일의 희망을 본다. 이거 내가 성공하나 못하나 두고보라지. 다시 말하지만, 시간은 나의 편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