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y] 금연을 시작하며

2025. 11. 14. 20:20🚭금연 일기

몇 일째 잘 참아왔는데, 아무 생각없이 다시 담배를 입에 물었다. 숱한 금연 시도와 실패의 반복을 경험해온 탓일까, 덤덤했다. 하지만 또 이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는 자책과,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자신과의 약속을 저버린 배신감과 같은 복합적으로 더러운 기분까지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했다. 차마 삼키지 못한 욕지거리를 조용히 내뱉으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는 걸 나 자신에게 납득시켜야 했다. 개가 똥을 끊지, 하며 이렇게 스트레스 받을 바에 그냥 흡연자로 살겠다, 할 정도의 배짱도 없다는 것에 조금은 안도했다. 


 

금연과 흡연의 개인사를 잠깐 돌아보자면-

(최소 3개월 이상 금연을 유지한 것만 추렸다.)

  • 1996. 01. 최초 흡연 시작
  • 2001. 05. 1차 금연 (3개월)
  • 2006. 01. 2차 금연 (5개월)
  • 2013. 01. 3차 금연 (4개월)
  • 2018. 05. 4차 금연 (7개월)
  • 2020. 05. 5차 금연 (3개월)
  • 2022. 12. 6차 금연 (최장 기간 금연, 14개월)
  • 2024. 02. 재흡연

그리고 지금 2025년 11월 현재, 한 달 끊었다가 피우고, 일주일 끊었다가 피우고를 반복중이다.  

정말 중독이 무서운 게, 저녁 무렵에는 이제 이것만 피우고 딱 끊자, 그래놓고 아침이면 다시 편의점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사고 있다. 그동안 버린 담배와 라이터만 족히 20리터 쓰레기 봉투 하나는 너끈히 채우고도 남을 거다. 

 

단칼에 금연에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서, 난 왜 이 모양 이꼴일까 수 많은 시간들을 자책과 후회 속에서 보내곤 했다.

하지만 따져보면, 금연 1년 유지 성공률이 얼추 5% 정도 된다고 한다. 100명 중 95명은 나처럼 금연에 실패하고 재흡연자의 길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통계가 그렇다. 나도 딱 한 번 1년을 넘겼던 적이 있다. 막 1년을 넘기고 방심을 했던걸까. 몇 가치쯤 피워도 다시 금방 끊을 수 있다고 자만했던 걸까.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리석기 짝이 없는 선택이었다. 

 

자, 그래. 이제 지나간 과거는 후회해서 무엇하리. 문제는 지금이다. 

 

나는 계속 담배를 피울 것인가? 


 

답은 정해져있다. 그래서 느닷없이 블로그를 만들고, 이런 반성과 다짐의 글을 쓰는 중이다.  

겸연쩍지만, 금연의 과정을 다시 처음부터 기록해보고자 한다.

 

그동안의 금연과 재흡연의 반복이 마냥 헛되지만은 않았다.

보건소 금연프로그램 참여와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 금연 날짜 카운트 어플, 다양한 종류의 민트 캔디 등 금연에 도움을 주는 여러 정보와 노하우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금연 일기를 매일 쓰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었다. 그날 그날의 기분과 감정, 금단현상의 종류와 강도, 흡연에 대한 갈망 정도를 적어가며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응원을 보내곤 했었다. 할 수 있어, 힘내, 하면서.

 

전에는 다이어리에 손글씨로 썼지만, 이번엔 이렇게 블로그를 통해서 꾸준하게 기록을 남겨볼 생각이다.

나 역시 금연 기간 중, 여러 블로그의 금연 일기들을 정독하면서 금연이 나 혼자만의 힘겨운 싸움이 아니라는 심적 위로와 공감대를 통해 금연에 대한 의지를 굳건히 다질 수 있었고, 위기의 순간마다 경험자들의 조언과 응원의 댓글들을 읽으며 한 번 더 참아내고 극복해낼 수 있는 힘을 얻었던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시작하는 블로그지만 금연을 원하는 누군가에게 이 글이 읽혀지고, 동기부여가 되고, 으쌰으쌰 응원하며 용기를 복돋워주는 그런 아름다운 장면을 기대하면서, 염치 불구하고 다시 한 번, n차 금연을 시작해본다.

 

그러니까, 2025년 11월 14일. 오늘은-

금연 D-day다.  

 

마음의 준비는 끝났다. 

 

영구적인 금연 성공을 목표로, 진솔한 기록을 통해 그 과정을 가감없이 공유하고자 한다.

이 글을 어떻게 맺어야 할지 모르겠다.

중독으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꿈꾸는 모든 분들께 진심을 담아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