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9] 스트레스는 금연의 적이다

2025. 11. 24. 23:41🚭금연 일기

담배를 피운다고 스트레스가 해소되거나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흡연자들은 담배를 피우는 행위를 통해서 잠시나마 심적 안정을 찾고 스트레스 상황을 잊을 수 있다고 믿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백해무익하다고는 하지만, 이런 측면에서는 일견, 아주 조금의 효용이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담배가 주는 폐해를 생각한다면 흡연 말고 다른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담배 피우고 스트레스 받고 이래저래 고생이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데, 담배를 피우면서 스트레스까지 받으면 얼마나 건강에 치명적일지 충분히 상상해볼 수 있다.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에 다시 담배를 물고, 또 다시 스트레스가 쌓이고, 이처럼 무한 반복되는 과정을 끊어내는 과정이 금연이다. 더이상 담배로부터 스트레스 받지 않을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인거다.
금연 9일 차, 기분 좋은 월요일 아침, 직장 상사로부터 잔소리를 한 바가지 들었다. 바로 옥상에 올라가 담배 한 대 피울 수 있는 그럴싸한 핑계가 생긴 셈이다. 심박이 올라가고 혈압이 상승하는 게 느껴졌다. 불쾌하고 짜증나고 그야말로 스트레스 수치가 수직 상승했다. 자리를 피하자마자 옥상으로 올라가는 대신, 일단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한 심호흡을 시작했다. 코로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천천히 내쉬었다. 들숨과 날숨이 여섯 번 정도 반복하고 나서야 조금 진정이 되었다. 그리고 찬물을 연거푸 세 잔을 내리 마셨다. 물을 마시며 가족들을 떠올렸다. 그래. 가족들을 생각해서 참아야지. 그동안 참아온 금연 8일을 생각하며 참아야지. 다음 달에 내야할 카드값이 남았으니 참아야지. 그렇게 오늘도 참아낼 수밖에 없었다. 담배는 잘 참았다 싶지만, 속 시원하게 한 마디 내지르지 못한건 좀 속상했다. 뭔가 참지 말아야 할 것까지 참은 느낌이다. 어디 참고 싶은 것만 참으며 살수 있나. 참기 싫어도 참아야 할 때가 있고 참지 말아야 할 때 조차 참게 되는 순간도 있는 법.


그러니까 스트레스가 문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담배가 생각나고, 담배를 피우고 나면 또 스트레스를 받고.
하지만 담배를 피워도 스트레스는 사라지지 않는다. 일시적으로 금단증상이 사라지는 걸,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착각하는 것 뿐이다. 담배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건, 니코틴 금단증상 외에는 없다.

스트레스가 많은 날이었다. 잠깐만 그 감정에서 살짝 물러나 내 안을 관찰해보면, 사실 별 일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괜히 스트레스를 핑계로 상처입은 마음을 핑계로 흡연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는 건 아닌지 본심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내일이면 두자릿수다. 잘해내고 있는 거 맞다.

끝.

*
금연 9일 차 성공.
금단증상 : 예민함
갈망 : 오전 스트레스 상황에서 고강도 1회
대응 : 심호흡 10회, 냉수 600ml 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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