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25. 23:19ㆍ🚭금연 일기
틀림없이 시간은 흘렀다. 인내하며 묵묵히 기다린 보람이 있다. 금연 안정기에 들기까지 최소 100시간을 목표로 했는데, 그 두 배가 넘는 240시간이 지났다. 하루하루는 더디고 지루했지만, 지나고 보니까 금방이다. 다 그렇다. 언제 끝날지 모를 까마득한 군 생활도 지나고 나면 금방인 것 같고, 마냥 철없이 굴던 학창 시절도 순식간에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다. 시간이 흘러 나의 사십 대도 쏜살같이 지나가버렸다고 아쉬워할 날이 올 거라 생각하니 조금 서글퍼진다.
이 금연 일기는 100일까지는 매일 쓸 계획이다. 100일 이후로는 특별히 생각날 때 한 번씩, 200일, 1년, 500일, 2년... 점점 담배 생각이 희미해져 마침내 잊어버리는 것이 목적이니까 100일 이후에는 금연 일기를 쓴다는 핑계로 굳이 담배를, 금연을 떠올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 때쯤이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상태에 익숙해져 있을 거니까.
100일까지 매일 쓴다고 했을 때, 이제 10% 달성이다. 열흘을 열 번 지나면 100일인 거다. 이런 식으로 잘게 쪼개놓고 보면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왠지 좀 더 달성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열 번만 더 하면 되는 거니까.

저녁에는 친구를 만나 식사를 했다. 친구는 중학생 때 처음 담배를 시작해, 단 한 번도 담배를 끊어본 적이 없는,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금연에 있어서는 정말 순수함 그 자체인 친구다. 너무 금연 초기라서 이 친구를 만나 혹시나 흡연의 유혹에 넘어가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우려와 달리 큰 갈망 없이 참아낼 수 있었다. 보통 이런 친구들이 금연을 결심하면 한 방에 성공하곤 하던데, 넌지시 금연을 권유했지만 아직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그 친구의 생각을 존중해주고 말았다.
금연일기까지 써가며 의지를 다져온 덕분일까. 이렇게 다시 오랜만에 금연일이 두 자릿수에 도달했다. 여기까지도 참 쉽지 않은 길이었다. 앞으로 더 많은 고비와 유혹이 남아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한 걸음씩 꾸준하게 나아가보자. 오늘도 해냈다.
끝.
*
금연 10일 차 성공.
금단증상 : 없음
갈망 : 늦은 오후, 흡연자를 바라보며 저강도 1회
대응 : 민트 캔디 섭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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